Heitor Villa-Lobos – Suite floral: I. Idilio na Rede

2016년 밴쿠버에서 지낼 때 써리 지역 도서관에서 악보 코너를 뒤적거리다가 Villa 의 악보집을 발견했다. 꽃 모음곡이라니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다. 악보를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노래가 기대되어 폰으로 찾아서 들어봤고 듣자마자 반했다. 

당시에는 이 곡에 대한 많은 영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. 처음 몇 가지 영상을 틀어보고 너무 느리거나 빠른 것은 제외했다.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왠지 좋을 것 같아서 톤과 속도와 터치 등등 여러가지가 적절히 마음에 드는 연주를 찾아 처음을 음미하고 싶었다. 그래서 한 두 마디를 들어보며 너무 느리거나 빠른 몇 영상을 제외하고 나니 이 영상이 남았다. Silvia Molan 이라는 브라질 출신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13년 전 영상이다. 이 분은 지금 독일에서 연주 및 후학 양성가로 활동하고 계신 듯 하다. 지금도 종종 이 영상을 찾아 듣는다. 페달이 조금 더 풍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, 여전히 충분히 깔끔하다는 게 나의 감상평이다. 나중에 스포티파이를 구독하게 되며 2003년에 발매된 Sonia Rubinsky 라는 브라질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앨범으로도 듣게 되었는데 이 버전도 참 좋다. Silvia 의 버전이 좀 더 날 것이라면 이 버전은 잘 손질된 스튜디오 버전의 느낌이 난다.

조금 웃긴 사실을 하나 말하자면, 나는 이 곡의 제목을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다. 아마 처음에 찾아봤을텐데 곧 잊어버린 것 같다. 포르투갈어를 아예 모르는데다 이를 영어식으로 표현한 것도 잘 알지 못했지만

Villa-Lobos Suite Floral – Idílio na Rede (Summer Idyll) – Silvia Molan

Idyll 이라는 단어만 봤을 때 왜 그렇게 작고 파란 꽃이 생각이 나는지, 멋대로 물망초나 제비꽃 같은 이미지를 생각하며 이 노래를 듣곤 했다. 실제 곡 타이틀의 의미는 ‘해먹 위의 사랑’, ‘해먹 속의 낭만’ 이런 뜻이라고 한다.